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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경찰 조사 전 촬영물을 삭제해도 될까

  • 구분 일반
  • 작성자 법무법인 태림
  • 작성일 2026-08-18
  • 조회수 30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신고됐거나 경찰의 연락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촬영물을 삭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지우거나 아예 기기를 초기화하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일을 삭제했다고 해서 반드시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압수되면 디지털포렌식이 이루어질 수 있고, 삭제된 파일이나 관련 정보가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삭제 시점과 경위 역시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임의로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기보다 무엇이 문제된 촬영물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되어 있다.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성립할 수 있으며, 현행법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사람의 신체가 사진이나 영상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촬영된 신체 부위와 노출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의 옷차림,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 경위, 촬영 장소와 각도, 거리,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한다.

일반적인 풍경이나 전신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신체가 포함된 경우와 특정인의 신체 부위를 의도적으로 확대하거나 부각해 촬영한 경우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사건에서는 사진이나 영상 자체뿐 아니라 촬영 전후의 행동과 연속 촬영 여부,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연인 사이에서 촬영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교제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신체 촬영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 과거 한 차례 촬영을 허락했다는 사실이 이후 이루어진 모든 촬영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촬영 당시 상대방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 어떤 범위까지 허락했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촬영에는 동의했지만 이후 다른 사람에게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거나 온라인에 게시했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법은 촬영 당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하거나 제공하는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다. 촬영에 대한 동의와 유포에 대한 동의는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에서는 디지털포렌식이 수사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신고된 사진 한 장으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휴대전화에서 과거 촬영물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자료를 아무런 제한 없이 확인하고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 역시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의 관련성, 압수수색의 범위와 절차 등을 따라야 한다. 포렌식 과정에서 별도의 촬영물이 발견된 경우에도 최초 영장의 범위와 관련성이 있는지, 별도의 압수수색 절차가 필요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휴대전화가 압수됐다면 단순히 추가 사진이 나올지를 걱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이 무엇인지, 어떤 범위의 전자정보가 압수됐는지, 포렌식 과정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경찰 신고가 이루어진 직후 당사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해명을 시도하면 피해자가 압박이나 회유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과와 피해 회복이 필요한 사건이라도 연락 방법과 시기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합의했다고 해서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는 것도 아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되는 범죄가 아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 의사는 처분과 양형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사건의 내용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초범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벼운 처분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촬영 횟수와 기간, 피해자의 수, 촬영 부위와 방법, 계획성과 반복성, 촬영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게시했는지 여부, 피해 회복 정도 등을 종합해 처분과 형량이 결정된다. 하나의 신고를 계기로 다수의 불법촬영물이 확인되거나 유포까지 이루어진 사건이라면 형사책임 역시 무거워질 수 있다.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형사처벌 외의 문제도 살펴야 한다. 사건의 내용과 선고 결과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등이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각각 적용 요건이 다르므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모든 불이익이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촬영물을 무조건 부인하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대신하는 데 있지 않다. 우선 촬영물이 법에서 말하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것인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촬영이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여러 촬영물이 존재한다면 각각의 촬영 경위와 동의 여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가 압수된 사건이라면 포렌식의 범위와 절차를 확인하고, 피해 사실이 인정되는 부분에서는 적절한 방법으로 피해 회복을 진행해야 한다. 반대로 법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다면 경찰 조사 전부터 객관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진술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수사를 앞두고 있다면 촬영물부터 삭제하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어떤 촬영물이 문제되는지, 실제 범죄 성립요건을 충족하는지, 포렌식과 압수수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피해 회복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살펴야 한다.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사건이라도 대응 방법에 따라 쟁점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불안한 마음에 자료를 임의로 변경하기보다 현재 존재하는 자료와 사실관계를 토대로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건 초기부터 이러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법무법인 태림 부산 분사무소 임장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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